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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용'이라는 이름의 굴종, 호르무즈 파병은 절대 안 된다

금속노동자

운영자 | 입력 : 2026/09/09 [14:05]

 청와대가 호르무즈 해협에 군 전력을 보낼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는 “아직 확정된 바 없다”며 한발 물러서는 척하지만, 미국의 압박이 거세지고 청와대 안 기류는 이미 파병을 기정사실로 보고 있다. 대미 투자 압박과 제조업을 옥죄는 통상 공세 속에서, 이제 우리 청년들의 목숨까지 미국의 패권 전쟁에 밀어넣으려 한다. 이재명 정부가 내걸었던 ‘국민주권’과 ‘실용외교’의 기치는 미국 앞에서 속절없이 흔들리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월 16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트럼프-케네디센터 이사회와의 오찬을 앞두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월 16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트럼프-케네디센터 이사회와의 오찬을 앞두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불법전쟁에 왜 우리 군을 밀어넣는가

호르무즈 파병은 단순한 해상 안전이나 국지적 갈등 대응이 아니다. 이번 이란-미국 충돌은 본질적으로 미국이 패권을 유지하고 이란 정권을 전복하기 위해 일으킨 불법적 침략전쟁이다. 이란 정권 교체라는 미국의 더러운 전쟁에 한국군을 끼워 넣으려는 시도 자체가, 어떤 명분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비전투병’이라는 포장, 그리고 이라크의 교훈

정부 일각에서는 해군 군수지원함이나 해상초계기 같은 ‘비전투 임무’로 포장하면 국민의 우려를 잠재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그런데 이 논리, 우리가 한 번 겪은 적이 있다. 노무현 정부 때 ‘평화와 재건’ 명분으로 보낸 서희·제마 부대와 자이툰 부대는 공병과 의무 중심의 ‘비전투병’이었다. 그런데 그 파병은 한국군을 이라크 전쟁의 당사자로 만들었고, 지금까지 논란거리로 남아 있다.

‘비전투병’이라는 꼬리표가 파병의 정치적 성격을 지워주지 않는다. 분쟁 지역에 병력이 들어가는 순간, 임무 성격과 상관없이 그건 해당 분쟁에 대한 정치적 입장 표명이다. 게다가 그것이 미국의 패권적 ‘정권 교체’ 전쟁을 거들어주는 일이라면, 이건 평화의 파괴자 편을 드는 행위다.

‘북미 협상 소외’ 핑계와 파병의 악몽

파병에 부정적이던 정부 입장이 최근 급선회한 배경에는 북미 정상회담 재개 가능성에 따른 ‘한국 패싱’ 우려가 깔려 있다. 한반도 현안에서 소외되지 않으려면 미국 요구를 들어줘야 한다는 계산이다. 정부는 이를 안보와 평화를 지키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 여기는 것 같다.

이 역시 노무현 정부가 이라크 파병을 밀어붙일 때 썼던 논리의 판박이다. 당시 참여정부도 한미동맹 균열을 막고, 한반도 평화 체제 구축에서 ‘주도적 역할’을 확보한다는 명분으로 이라크에 병력을 보냈다. 결과는 어땠나. 미국의 불법 침략전쟁에 동조한 대가로 얻어낸 건 평화의 주도권이 아니라, 미국 강경파에 휘둘린 한반도 안보 불안정 심화와 씻을 수 없는 역사적 오명뿐이었다.

전방위적 미국의 압박, 결국 국민의 생존권을 위협한다

이번 파병 검토는 외교·안보 문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지금 미국은 관세와 대미 투자 압박으로 한국 경제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 자동차, 철강, 조선 등 핵심 제조업 현장의 노동자들은 통상 압박과 투자 유출 압력 속에서 일자리 불안을 온몸으로 겪고 있다.

경제적 압박과 군사적 요구가 같은 시기에 겹친다는 건, 이 둘이 서로 무관한 별개 사안이 아니라 '동맹 강화' 논리 안에서 묶여 다뤄지고 있다는 뜻이다.

이런 구조 속에서 노동자들은 두 번 당한다. 공장 문을 닫으라는 압박에 허리가 휘고, 그 와중에 자식들은 불법 전쟁터로 끌려갈 판이다. 정부가 ‘실용’을 운운하며 타협하는 건, 결국 노동자의 일자리와 청년의 목숨을 한 덩이로 내팽개치는 짓이다. 외교 주권이 무너지면 가장 먼저 짓밟히는 건 언제나 일하는 사람들의 삶이다.

‘국민주권정부’의 침묵과 실용의 실종

이재명 정부는 출범 때 ‘국민주권정부’를 자처하며 실용외교를 공언했다. 그런데 미국의 전방위적 압박 앞에서 정부 태도는 모순투성이다. 외세의 부당한 요구를 거부하고 국익을 지키는 게 진짜 실용인데, 미국 눈치 보며 파병을 저울질하는 건 실용이 아니라 비겁한 굴종이다.

평화의 파괴자이자 불법 패권전쟁에 동참하라는 요구에 타협하는 순간, ‘국민주권’이란 말은 허울 좋은 수사로 전락한다.

노동자의 힘으로 파병을 막아내고 굴종 외교에 종지부를 찍자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과 대중국 전초기지화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단계에 왔고, 거센 통상 압박이 할퀴고 간 자리엔 제조업 노동자들의 고통만 가득하다. 미국이 던지는 굴종의 청구서는 이미 한계를 넘었다. 안보와 경제의 고삐를 쥐고 한국 사회를 쥐락펴락해 온 것도 모자라, 이제는 불법적인 중동 침략전쟁에까지 우리 청년들을 끌어들이려 한다.

외교와 안보는 몇몇 정치가가 동맹 이름으로 밀실에서 흥정할 수 있는 물건이 아니다. 주권과 평화를 내어준 대가로 남는 건 파병의 멍에뿐인 이 모순된 현실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는 건, 정부의 얄팍한 셈법이 아니라 오직 노동자들의 단호한 행동뿐이다. 불법 전쟁에 청년들을 제물로 바치려는 시도를 분쇄하고 대미 종속 외교를 완전히 끝장내기 위해, 이제 노동자의 힘으로 파병의 빗장을 직접 걸어 잠가야 한다.

 장창준 한신대학교 한반도평화학술원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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